빌린 책을 한 손에 들고
강가의 보도를 걸어
다 읽기까지 앞으로 2페이지
그다음 이야기는 알고 싶지 않아

새를 타고 여행하는 소년
어디까지나 북쪽을 향해 가
파트너는 거위인 모르텐
그런 소설을 읽어

안녕 모르텐
항상 우리는 날려고 했었어
팔을 벌리고 높이 뛰어 올랐어
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말이야

안녕 모르텐
너는 넘어지면서 웃었어
흙 내음이 살짝 풍겨 와
가슴이 먹먹해질 듯한
여름이 와 있었어

슬픔이라는 자산을 가지고
여름이 오기 전의 길을 걸어
다 읽기까지 앞으로 2페이지
아직 다음 이야기는 알고 싶지 않아

조금 자란 키를 따라
늘 오르던 언덕으로 달려가
하늘을 난 거위처럼
우리는 팔을 벌려

안녕 모르텐
우리는 그래도 날려고 했었어
사실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그저 알고 싶지 않을 뿐이야
안녕 모르텐
너는 넘어지면서 웃었어
어른이 되어 가는 것을
조금도 모르겠는 얼굴로
여름이 와 있었어

또다시 키가 자라
언젠가는 멀어질 거야
조금씩 다른 길을 가
갈라진 가지 같아

색이 바랜 책을 한 손에 들고
그리운 길을 걸어
저 언덕까지 수백 걸음
누군가가 그곳에 있어

안녕 모르텐
너는 지금까지도 날려고 했었어
눈을 반짝이며 그 시절과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

안녕 모르텐
우리가 날지 못하는 것이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
살짝 나는 향기에 가슴이 먹먹해져
네가 보고 있던
웃는 얼굴도 하나도 바래지지 않은 채
여름이 와 있었어

색이 바랜 책을 한 손에 들고
강가의 보도를 걸어
다 읽기까지 앞으로 1페이지
마지막 장을 넘겨
잘 가, 모르텐