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직 기억하고 있을까 
여름 나무 그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은 채로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어 

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이 세계는 전부 거짓투성이야 
진정한 가치를 둘이 찾으러 가자며 웃었던 것도 

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래지지 않기를 
형태로 남는 것만이 전부가 되지 않기를 

말을 더 가르쳐 줘 여름이 올 거라고 가르쳐 줘 
난 그리고 있어, 눈에 비친 건 여름의 망령이야 
바람에 치마가 흔들려 추억 같은 건 잊어버리고 
얕은 호흡을 해, 땀을 닦고서 여름을 느껴 

아직 기억하고 있을까 
여름 나무 그늘에 앉았을 때 저 멀리 언덕에서 얼굴을 드러낸 구름이 있었잖아 
너는 그걸 잡으려고 했지 바보처럼 손으로 허공을 갈랐어 
나는 종이에 구름 한 점을 그리고 웃으면서 손에 쥐어 보였어 

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래지지 않기를 
역사에 남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니까 

지금만 얼굴도 없이 
말도 전부 잊은 채 
너는 웃고 있어 
여름을 기다리는 우리들은 망령이야 
마음을 더 가르쳐 줘 
여름의 냄새를 가르쳐 줘 
얕은 호흡을 해 

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래지지 않기를 
마음에 와닿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 

말을 더 가르쳐줘 
작별이라고 알려줘 
지금도 보고 있어 
여름에 피는 꽃의 망령을 
말이 아닌 시간을 
시간이 아닌 마음을 
얕은 호흡을 해, 땀을 닦고서 여름을 느껴 

여름의 냄새가 나 

아직 기억하고 있을까 
여름 나무 그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은 채로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어